데니스 마추예프 “모스크바 콩쿠르는 차세대 연주자들의 승리 무대”

모스크바 국립 차이콥스키 음악원의 라흐마니노프 홀에서 연주 중인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

모스크바 국립 차이콥스키 음악원의 라흐마니노프 홀에서 연주 중인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

뱌제슬라프 프로코피예프/타스
모스크바에서 제1회 국제 어린이(16세까지 참가 가능) 피아노 콩쿠르 ‘Grand Piano Competition’이 막을 내렸다. 전 세계 출신의 수상자 15명은 앞으로 클래식 음악계의 거장들과 협연을 하게 된다.

-콩쿠르를 개최한 소감은?

“차세대 연주자들의 승리의 무대였다! 콩쿠르 본선 과정을 Medici.tv로 중계했는데 며칠 만에 조회수가 수십만 건에 달했다. 덕분에 모스크바 관객들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지켜볼 수 있었다.

다양한 피아노 학파를 대표하는 러시아, 중국, 한국, 일본, 벨라루스, 영국, 조지아의 어린 음악가들이 본선 무대에 섰다. 러시아 출신 참가자들의 수준이 다소 높았던 것은 러시아 피아노 학파가 아직까지 더 높은 기준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어려운 파트를 연주했다. 11살, 12살에 그런 협주곡들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성숙한 연주, 독창적인 해석, 오케스트라와의 노련한 협연을 들을 수 있었다. 신세대 연주자들은 좋은 의미에서 매우 이성적이다. 그리고 나는 그들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다. 오늘 놀라운 성과를 냈더라도 그들은 내일 아침이면  일어나 다시 연습을 하러 달려 갈 것이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여전히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는 아이들이라는 점이다.”

-탈락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새로운 콩쿠르 방식을 고안하셨는데.

“그렇다. 우리가 그런 방식을 생각해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본선에 오른 15명의 참가자 모두가 승자다. 독주와 오케스트라 협연 중간에 탈락한 참가자는 없다. 입상자 7명 외에 나머지 8명에게는 장려상이 주어졌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는 특별히 알렉산드르 말로페예프와 산드로 네비예리제 두 명에게 그랑프리를 주기로 했다. 우열을 가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리야 롬타티제 -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번

-앞으로 수상자들은 어떤 특전을 누리게 되나?

“콩쿠르가 막을 내린 후 발레리 게르기예프 마린스키극장 예술감독과 유리 티메르카노프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 연주가 겸 지휘자인 유리 바시메트 등의 러시아의 전설적인 거장들이 이미 아이들을 초청했다. 나도 수상자들을 여러 페스티발에 초청할 계획이다. 그들을 찾는 곳이 아주 많다.”

‘Grand Piano Competition’ 콩쿠르 우승자 명단 보기

-아직도 각 나라의 피아노 학파 간 차이가 느껴지는가?

“여러 나라에서 아주 다양한 참가자들이 왔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온 11세 소녀 오쿠이 시오는 이미 여러 개의 권위있는 상을 받은 스타다. 그녀를 안 지 삼 년이 되었는데, 실력이 놀랍게 늘고 있다. 이번 콩쿠르에서 그리그 협주곡을 연주했는데, 연약한 소녀의 연주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박력과 힘을 보여주었다!

중국에서 온 12세의 소년은 슈만의 협주곡을 연주했는데, 관객석이 감동의 눈물을 흘릴 정도로 큰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한국에서 온 정지원 군은 쇼팽을 멋지게 연주했다. 최근 한국 피아노 학파가 매우 강하다. 재능있는 연주자들을 많이 배출하고 있다.

조지아 피아노 학파에 대해서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에 입상한 산드로는 피아노 연주뿐 아니라 작곡도 한다. 그가 작곡한 소나타는 프로코피예프에 비견할 만하다.

영국의 조지 할리오노 역시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 장래가 매우 촉망된다. 15살에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을 겁없이 소화했다.”

-앞으로 콩쿠르 발전 계획은?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개최되는 콩쿠르와 번갈아 모스크바에서 2년에 한 번씩 개최할 것이다. 프랑스, 스위스 등 전 세계에서 내가 개최하는 다양한 페스티벌과 연계한 콘서트와 행사를 열 계획이다.”

데니스 마추예프 - 조지 거슈인, 랩소디 인 블루

-가장 관객의 호응이 좋은 나라는 어디인가?

“나는 거의 매일 어디선가 연주를 한다. 미국, 일본 등 전 세계를 다니며 일 년에 230회 정도의 연주를 하기 때문에 어느 나라 관객이 어떻다 말하기가 쉽지 않다. 매 연주가 내게는 마지막 같다. 순회 연주를 한 지 20년이 됐고 내 공연을 찾는 모든 관객을 사랑한다. 그런 점에서 내게는 관객의 국적이 의미가 없다. 나는 관객과 오랜 연애를 하고 있다.

물론 어떤 차이점을 발견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일본인들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일본에는 클래식 음악 홀도 많고 고유한 클래식 전통도 있지만 감정을 절대로 밖으로 발산하지 않는다. 미국인들은 그와는 정반대다.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예로 카네기홀에서는 관객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립 박수를 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베를린과 런던의 관객들은 좀 더 딱딱하고 격식을 차린다. 이런 점들도 모두 나와 관객 사이에 존재하는 사적인 관계라고 나는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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