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상징 ‘마트료시카’

마트료시카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보다 모성애와 다산(多産)이다. ‘마트료시카’의 어근은 ‘어머니’를 의미하는 라틴어 ‘mater’에서 왔다.

마트료시카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보다 모성애와 다산(多産)이다. ‘마트료시카’의 어근은 ‘어머니’를 의미하는 라틴어 ‘mater’에서 왔다.

알리나 야블로치키나
세르기예프포사드 시(모스크바에서 북쪽으로 70km)는 오래된 수도원으로도 유명하지만, 마트료시카 채색 전통의 본산으로도 유명하다. 이곳에는 장난감 박물관이 있으며, 삼위일체 성 세르기우스 대수도원(Троице-Сергиева лавра) 옆에 위치한 전시관에서는 다양한 취향의 마트료시카를 구입할 수 있다. 그곳의 진열대에서는 마트료시카 제작 장인인 드미트리예프 가족의 작품들을 언제나 발견할 수 있다.

아버지 유리 빅토로비치 씨가 피나무로 인형본을 깎아 만들면 어머니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씨와 두 딸 마샤, 레나가 채색 작업을 한다.  세 사람의 채택 스타일은 모두 다르다. 유리와 안나 부부는 세르기예프포사드 장난감공장에서 처음 만났다. 그때부터 이들은 함께 마트료시카를 만들어왔고, 두 딸에게도 어릴 때부터 이 작업을 가르쳤다.

“우리가 어렸을 때 엄마와 아빠는 공장에서 마트료시카 채색 작업을 하셨는데, 저녁에 집에 와서도 그 일을 하셨어요. 그래서 우리도 어렸을 때부터 이 일을 하기 시작했죠”라고 마샤는 이야기한다.

어린 마샤와 레나는 마트료시카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지만 그것을 갖고 인형 놀이에도 열심이었다. 이제 성년이 되어 이미 둘 다 결혼도 했지만, 아직도 마트료시카를 갖고 인형 놀이를 한다고 그들은 고백한다.

자신이 채색한 마트료시카를 손에 든 마샤와 레나. 출처 : 알리나 야블로치키나자신이 채색한 마트료시카를 손에 든 마샤와 레나. 출처 : 알리나 야블로치키나

“제 생각엔 마트료시카를 만들면서 너무 심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우리가 마트료시카 제작 과정을 놀이처럼 취미 활동으로 대하는 것도 그런 이유죠.” 마샤는 말을 이었다.

마트료시카 채색 작업 외에도 마샤와 레나 자매는 세르기예프포사드 박물관에서 일하고 있다. 마샤는 인형 파트를 담당하고 있으며 러시아 전역의 여러 도시에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한다. 레나는 직물 파트 직원이다. 덕분에 그녀가 만든 많은 마트료시카들이 러시아 전통 직물 패턴을 본딴 무늬의 옷을 ‘입고’ 있다.

공장 마트료시카와 수제품 마트료시카

안나 그리고리예브나는 세르기예프포사드 장난감공장의 총괄화가다. 그녀가 하는 일은 대량 생산을 위한 원형 도안을 개발하는 것이다. 완성된 도안에 따라 공장에서는 과슈물감(gouache)으로 똑같은 마트료시카를 대량생산한다.  

마트료시카 채색 작업. 출처 : 알리나 야블로치키나마트료시카 채색 작업. 출처 : 알리나 야블로치키나

수제 마트료시카는 무한한 창작력을 펼칠 수 있는 대상이다. 장인들은 저마다의 주제와 이미지를 인형에 불어넣는다. 레나가 좋아하는 주제는 동물이다. 그녀의 마트료시카에는 언제나 염소, 양, 닭, 혹은 부엉이까지 등장한다.

마샤는 가족이라는 주제를 즐겨 사용한다. 할머니에서 갖난아기까지 대가족의 구성원들을 모두 한 세트에 담은 대작이 그녀의 주특기다. 마샤가 만든 최대작은 30개짜리 세트로 가장 큰 마트료시카의 높이가 60센티미터나 된다.

수제 마트료시카. 출처 : 알리나 야블로치키나수제 마트료시카. 출처 : 알리나 야블로치키나

“진짜 아기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마트료시카도 있어요. 어렸을 때 아빠가 일하는 곳에 놀러 가곤 했는데, 화가 아저씨들이 거대한 마트료시카 속에 나를 집어넣고는 뚜껑을 닫곤 했죠. 그땐 정말 무서웠어요.” 마샤가 웃으며 옛날을 회상했다.

드미트리예프 가족이 만든 마트료시카 중 가장 작은 작품을 만든 것은 레나다. 높이가 4밀리미터에 불과했다.

‘소박한 미녀’

드미트리예프 가족에게 마트료시카는 미(美)의 기준이자 러시아 여인의 전형이다. 마샤와 레나가 정의하는 이상적인 마트료시카는 다음과 같다. “과거 초창기 마트료시카들은 얼굴에 표정이 거의 없었어요.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소박하고 말수없는 여인의 모습이었죠. 우리는 우리의 작품에서도 이러한 전통을 이어나가려고 노력합니다. 유순한 정교회 여인의 이미지를 보존하고 싶은 거라고 할까요? 이런 쪽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혹시라도 우리가 만든 마트료시카를 보고 러시아의 여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질 수도 있으니까요.”

마트료시카는 ‘러시아 여인’과 함께 ‘가족’을 상징한다.

“마트료시카 한 세트를 분해해서 줄지어 세워놓았다고 생각해보세요. 그중 한 개를 뺀 후에 다시 조립을 하면 빈 공간이 생기겠죠. 마치 가족 중 누군가가 없어지면 가족이 흔들리고 질서가 깨지는 것처럼요.” 마샤는 설명한다.

단순함의 지향

드미트리예프 씨 가족의 집 벽 선반에는 러시아 마트료시카들과 함께 일본의 전통 나무인형 ‘고케시’가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 흔히 마트료시카와 고케시는 공통점이 많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양국의 장인들은 서로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이다.

일본 전통 나무인형 ‘고케시’. 출처 : 알리나 야블로치키나일본 전통 나무인형 ‘고케시’. 출처 : 알리나 야블로치키

“처음 일본에 갔을 때, 일본 신문에 고케시에 대한 저의 애정을 쓴 제 글이 실렸어요. 제 글을 읽은 도쿄의 한 일본 여성이 제게 자신이 소장한 고케시 컬렉션을 선물하고 싶다고 알려왔어요. 이 멋진 인형들이 그때 선물받은 것이랍니다.” 마샤는 말했다.

고케시의 가장 큰 매력은 그 단순함에 있다고 마샤는 말한다. 장인의 붓이 나무본에 적게 닿으면 닿을수록 더 완벽한 인형이 탄생한다.

“러시아 장인들은 그와는 반대로 뭔가를 추가하고 덧칠을 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우리 집에선 단순한 채색의 전통을 이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단숨에 하나의 마트료시카 그림을 완성하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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