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이 온다!’...모스크바에 60세 이상 모델 에이전시 생겨

올가(70) 모델.

올가(70) 모델.

Oldushka 공보실
‘올두시카’라는 성공적인 사진 블로그 가 어떻게 모델 에이전시로 발전했는지, 모델은 어떻게 섭외하는지, 그들을 찾아내는 곳은 어디인지, 에이전시 설립자 이고리 가바르가 Russia포커스에 이 모든 것을 밝혔다.

‘올두시카(Oldushka)’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은 2011년이다(‘올두시카’는 영어 ‘올드(old)’와 ‘할머니’를 뜻하는 러시아어 ‘바부시카(бабушка)’의 합성어 - Russia포커스). 당시 29세였던 옴스크(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2,700km 거리)의 사진작가 이고리 가바르는 고향 도시와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길거리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들의 멋진 모습들은 처음에는 블로그에 올라갔지만, 이제는 어엿한 이름을 가진 모델 에이전시에 올라온다. 지난 2년 동안 이 에이전시에 속한 60~78세의 모델들의 사진이 여러 러시아 패션지에 등장했고 의류 브랜드 ‘키릴 가슬린(Cyrille Gassiline)’의 광고 모델이 되기도 했다.

그래니의 법칙(Grannies’ rule)

"이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데는 제 가족과 교육이 큰 역할을 했어요." 설립자 이고리 가바르가 말했다. "제 할머니 두 분 모두 언제나 잘 차려입고 계셨거든요." 이고리는 옴스크대학에서 인테리어를 전공했지만, 이웃 학과인 의상디자인과에서 일어나는 일에 항상 관심이 많았다.

러시아 여류감독 레나타 리트비노바의 영화들도 그에게 영감을 주었다. 리트비노바의 영화 속에선 우아하고 그로테스크한 노부인들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 “나이 60에 열정적인 삶을 살면서 원래 눈썹과 흰머리를 그대로 놔두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모델사업에서는 모델의 타고난 특징, 자연스러움, 아우라가 아주 중요합니다.” 이고리가 말했다.

젊음의 비결

류드밀라 브라시키나(63) 출처 : Oldushka 공보실류드밀라 브라시키나(63) 출처 : Oldushka 공보실

현재 에이전시에는 일곱 명의 모델이 있는데, 모두 가바르가 직접 찾아낸 이들이다. 그는 그들을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자신을 소개하고 사진을 찍게 해 달라고 부탁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해달라고 제안했다. 모스크바의 류드밀라 브라시키나도 그렇게 해서 모델 일을 하게 됐다. 젊은 시절 엔지니어였던 그녀는 현재 63세의 모델이다. 그녀는 아직도 청바지를 입고 헬스장을 즐겨 찾는다. 모델 일에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결과물인 사진 자체만이 아니라 그것이 탄생하는 과정이었다. “저는 평생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걸 좋아하지 않았어요. 여러가지 열등감을 갖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메이크업 전문가와 사진작가 같은 프로들과 일하는 게 재미있더라구요. 저는 언제나 그들의 의견에 동의해요. 그들이 저를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으니까요.”

그녀에게 아름다움과 스타일은 상당히 개인적인 의미를 갖는다. “TV에서 보여주는 정형화된 기준의 모델들만 세상에 필요한 것은 아니에요. 현실의 삶에서 우리는 모두 다르니까요.  나이 든 사람들도 타인에게 아름답게 보이기를 원한답니다.”

72세의 니나 토르시나는 호기심에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살면서 재미있는 일이 자주 있지는 않잖아요. 삶이란게 원래 단조로운 것이니까요. 그런데 사람들이 내 옆에서 종종거리며 옷을 입혀주고 하는 건 정말 기분이 좋은 일이에요.”

트렌드

출처 : Oldushka 공보실출처 : Oldushka 공보실

서방에서는 중장년 모델 기용이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러시아에서는 이제 막 검토하기 시작하는 단계이다. 2010년대에 랑방, 셀린느, 델보, MAC은 광고에서 70~80대 여성 모델들을 활용했다. 파리 패션위크에서는 일본 디자이너 다카하시 준이 2017 F/W 언더커버 컬렉션을 발표하면서 패션쇼 런웨이에 나이 지긋한 여성들을 내보냈다.

‘올두시카’ 에이전시의 모델들은 모스크바 패션위크에 아직 초청받지 못했다. 패션잡지 얼루어의 칼럼니스트인 알렉세이 벨랴코프는 “이는 주최측의 근시안을 보여준다”며 “20대 모델들 사이에 6-70대 모델이 끼어 있었다면 그 효과는 엄청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할머니 모델 에이전시라는 아이디어는 좋아요. 착한 사회적 기업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실버세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세계적 추세를 고려해야 합니다. 서방 패션잡지들의 최대 독자층이 할머니 세대거든요.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비즈니스 vs 사회적 프로젝트

출처 : Oldushka 공보실출처 : Oldushka 공보실

2012년 블로그 ‘올두시카’는 러시아의 고령 문제에 관심을 환기한 사회적 프로젝트로 인정받아 다국적 의류회사 ‘베네통’으로부터 5천 유로를 지원받았다. 지원금은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델들의 이야기를 담은 포토앨범 제작에 사용될 예정이다.

‘올두시카’ 에이전시를 만든 이고리 가바르에게 이 일은 돈벌이를 위한 비즈니스라기보다는 패션과 사회적 프로젝트를 한데 합친 ‘인생의 사업’이다. “고령화는 모든 이가 걱정하는 문제입니다.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라고들 하죠. 하지만 완전히 그렇지는 않아요. 아이들은 태어나고 부모는 늙어가거든요. 그러므로 미래는 아기가 아닌 노인입니다.”

이고리 가바르는 ‘올두시카’ 에이전시가 탄생한 것 자체가 하나의 성과라고 본다. “저는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를 진지하게 대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저희 모델 중 70세의 올가가 러시아 의류 브랜드 ‘키릴 가실린’의 S/S 컬렉션 간판이 됐죠.” 올두시카의 모델들에게 돈은 중요한 동기가 아니다. “이것은 프리랜서 일이고 새로운 자신을 경험해 볼 기회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합니다. 촬영 작업은 이들에게 치유 효과와 함께 자신감을 높여 주거든요.” 이고리가 말했다.

This website uses cookies. Click here to find out more.

Accept cook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