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루시의 기독교가 싹튼 곳... 케르소네소스 타우리카

Lori/Legion Media
케르소네소스 타우리카(러시아명 ‘헤르소네스 타브리체스키’)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주요 러시아 민족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됐다. Russia포커스가 이 도시의 역사를 되짚었다.

케르소네소스는 기원전 422~421년 흑해 남부연안 지역 헤라클레아 폰티카(현재는 터키의 에레일리 시 위치) 출신의 이주민들에 의해 세워졌다. 그러나 이곳에는 더 이른 시기, 기원전 6세기 말~5세기 초에 그리스인이 이주한 적도 있다. 발굴 당시 발견된 유적들이 이를 증명한다. 도시의 이름에서 그것이 위치한 곳을 유추할 수 있다. ‘헤르소네스’ 또는 ‘케르소네소스’는 그리스어로 ‘반도’를 뜻하기 때문이다. ‘타우리카’라는 수식어는 당시 크림 반도를 부르던 이름이었다.

그리스인과 로마인, 비잔틴인

케르소네소스 폴리스는 기원전 4세기경 확장돼 헤라클레아 반도를 차지하고, 나중에는 크림 북서부도 차지한다. 케르소네소스는 지역의 주요 경제 및 무역 중심지였다. 고대에는 노예소유제 공화국이었고, 폴리스 주민뿐만 아니라, 공로에 따라 외부인에게도 시민권이 제공됐다. 시민들은 “...케르소네소스도, 아름다운 케르키니티스도, 칼로스 리멘(아름다운 항구)도, 기타 요새들도” 배반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선서를 했다. 기원전 3~2세기에 케르소네소스는 스키타이족과 전쟁을 하면서 점차 영토를 잃었다. 마침내는 폰투스의 왕 미트리다테스 4세에게 비호를 요청해야만 했다. 보호를 받기는 했으나, 폰투스 왕국으로 편입됐다. 미트리다테스 왕이 죽은 후 로마, 그 후에는 비잔틴 제국의 영향 하에 놓였고, 오랫동안 흑해 북부연안의 요충지로 남았다. 역사박물관 고고학부 전문가 데니스 주라블료프는 “케르소네소스는 성스러운 의미를 지닌 고대에서 비잔틴 시대로 이어지는 독특한 도시”라며 “러시아 내에 이러한 역사유적은 유일무이하다. 코라(일정한 크기의 직사각형으로 구획된 농업용 필지), 성벽, 성문, 탑, 구획된 거리, 사원들이 보존돼있다. 이곳을 방문하면 고대 도시, 비잔틴 도시의 모습을 명확하게 그려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라디미르 공후의 세례

케르소네소스는 약 2천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로 그중 천 년은 기독교 도시였다. 최초의 기독교인들은 기원후 1세기에 등장했다. 4세기에는 주교구가 조성돼 사원을 짓기 시작했다. 얼마 안 가 케르소네소스는 종교 중심지 중의 하나가 됐으며, 성지로 가는 순례길이 지나가는 곳이 됐다. 그러나 이 도시를 러시아정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곳으로 만든 사건은 나중에 일어났다. 바로 코르순(당시 케르소네소스의 명칭)에서 키예프의 블라디미르 공후가 세례를 받았으며 비잔틴의 안나 공주와 혼례를 치렀다. 988년에는 루시의 세례가 이뤄졌다. 19세기에 중앙 광장 아고라 발굴 작업에서 기독교 사원들이 발견됐고 바로 그 자리, 광장의 한 가운데 블라디미르 공후를 기념하여 성 블라디미르 성당이 지어졌다. 1891년 성당을 축성했고, 1894년경 건설이 완전히 완료됐다. 그러나 성당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됐다. 성당 복원은 1990년대에야 이뤄졌다. 성당 건물 자체만이 아니라, 그 벽을 장식했던 그림들도 복원됐다. 2004년에는 다시 신자들에게 문을 열었다.

쇠퇴와 부활

케르소네소느는 13세기부터 점차 쇠락하기 시작했는데, 여기에는 이탈리아 상인들의 흑해 등장과 몽골, 셀주크투르크족 및 킵차크 한국의 침입이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다. 과거 위용을 자랑했던 도시는 점점 작아지다가 15세기 중반 경 아무도 살지 않게 되었다. 도시는 점차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갔다.

그후 4백 년이 지나서야 이곳에서 최초의 고고학적 발굴이 시작됐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던 케르소네소스의 거리, 주택, 사원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9세기 말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으로 생명을 되찾았다. 건축박물관 연구원 잔나 네스테로바는 “흑해 북부연안은 고대 문화와 비잔틴 문화를 러시아로 들여온 전파자였다. 약 1쳔 명의 관객을 수용했던 케르소네소스 고대 극장은 러시아 영토 안에 남아 있는 유일한 고대그리스 극장”이라면서 “타만 반도 같은 고대 유적도 있지만, 극장은 이것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2013년 케르소네소스 타우리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됐다. 모스크바국립동양박물관의 티그란 므크르티체프 학술 담당 부소장은 “케르소네소스의 세계문화유산 목록 등재는 역사유적으로서뿐만 아니라 관광지로서의 이 박물관에 새로운 촉진제가 될 것”이라며 “폼페이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이런 류의 유적을 대중에 선보이는 것은 복잡한 일이다. 도시가 과거에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재건과 학문적 엄밀성을 지키는 일 사이의 경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는 어떤 고고학 연구 재현에든 존재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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