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사바틴에서 푸시킨까지'

한국 속 러시아 발자취 150년

이 책은 1990년 한·러 수교 이후 민간 차원에서 진행된 다양한 교류와 협업 사례를 중심으로 양국의 문화예술 교류사를 2015년 9월 30일 수교 25주년에 즈음하여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기획됐다. 한·러 양국 간 공식적 관계 수준을 규정하는 외교 용어, 경제통상 분야 통계 수치, 상호 방문객 수 등과 같은 객관적 요소들을 살펴보는 일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인식 수준과 관심, 문화예술 교류를 통해 형성된 정서적 공감대, 일상생활에 스며든 러시아의 흔적 등과 같은 무형의 자산들을 조명하는 작업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책 제목에 등장하는 사바틴과 푸시킨은 한·러 문화예술 교류사에서 한 획을 그은 매우 중요한 상징적 인물이다. 아파나시 사바틴은 1883년 인천으로 입국하여 인천과 서울을 오가며 러시아 공사관 건물과 독립문을 비롯한 여러 건축물을 설계한 러시아 건축가다. 궁정을 출입하며 고종 황제의 각별한 신임을 받았던 사바틴은 우리 근대사의 주요 장면을 직접 목격하고 기록을 남기기도 했으며, 그가 설계하여 세운 건축물 중 일부는 오늘날까지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사바틴이 서울에서 활약하던 때부터 한 세기 이상의 시간이 훌쩍 지난 2013년 11월에는 러시아 국민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동상이 서울 한복판 을지로 입구에 세워졌고, 동상 제막식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친히 참석해 역사적인 연설하기도 했다. 짧게는 지난 25년, 길게는 지난 150년에 걸친 긴 세월 동안 우리 안에 자리 잡은 러시아와 러시아 문화의 발자취를 찾아 그 의미를 조명하고자 한 책의 제목을 “사바틴에서 푸시킨까지”로 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요컨대, 사바틴에서 푸시킨까지: 한국 속 러시아 발자취 150년 은 우리 안에 형성된 러시아의 모습을 150년에 달하는 긴 호흡의 역사적 맥락에서, 특히 수교 이후 지난 25년 동안의 구체적 변화를 중심으로 조망하고 그러한 변화의 특징과 방향성을 탐색한다. 

제1부 “러시아의 눈에 비친 한국 근대사”는 1854년 러시아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한반도를 방문한 작가 이반 곤차로프 등 러시아인들의 여행기, 조선 궁정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러시아인들과 그들이 전해준 신문물, 서울 등 전국 각기에 남아 있는 러시아식 건축물, 한반도에 머물며 우리 일상생활을 화폭에 담은 화가들의 소중한 그림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제2부 “한국이 사랑한 러시아 예술”에서는 시대 상황에 따라 부침의 역사를 겪은 한국의 러시아어 교육, 우리 근현대 문학의 형성 과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러시아 문학, 공연 예술, 특히 연극 분야 교류가 우리 예술가와 관객들 사이에 일으킨 반향, 우리 정서 깊숙이 파고든 러시아 고전음악과 대중음악의 강한 호소력 등을 다루고 있다.

제3부 “한국과 러시아가 함께 열어 가는 미래”에서는 한국에 사는 러시아인들의 삶, 한국인들 사이에 대중적 스타로 떠오른 러시아인, 스포츠와 과학 분야 교류, 사이버 공간상의 러시아 관련 동호인 모임, 우리 일상생활 속에 들어온 러시아의 생활문화 등을 중심으로 수교 이후 25년에 걸쳐 한국에 형성된 러시아 커뮤니티의 활동, 이들이 한국 사회에 심어준 인상 등이 소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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