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에서 온 ‘테트리스’

AP
30년 전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였으며 전 세계에서 말 그대로 문화현상이 된 컴퓨터 게임이 소련에서 탄생했다. 현대 러시아의 게임 디자이너들이 적지 않은 상품을 출시했지만, ‘테트리스’의 성공에 비하면 한참 멀었다.

테트리스 개발자 알렉세이 파지트노프는 1984년 6월 6일 최초의 원형을 만들었지만, 2년 정도 더 게임을 업그레이드했다. 러시아에서는 다름 아닌 1985년 7월 18일을 이 퍼즐게임의 탄생일로 봐야 한다는 설이 퍼져 있다. 실제로 1985년 여름은 IBM PC 호환기종을 위해 업그레이드된 컬러 버전 테트리스가 소련 과학아카데미 전산센터에서 파지트노프의 친구와 동료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한 때다. 그렇게 테트리스의 소련 내 행진, 그 후 전 세계에서의 행진이 시작됐다.

저작권의 특성

소련에서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수출을 담당한 곳은 국영기업 ‘엘렉트로노르그테흐니카(Электроноргтехника)’, 통칭 ‘엘로르그(Элорг)’였다. 그러나 몇몇 외국 회사들은 이곳과 완전한 계약을 맺기 전에 테트리스 해적판을 내고 실제로는 그들에게 속하지 않는 것에 대한 권리를 서로 재판매하기 시작했다. 미하일 고르바쵸프와의 친분을 과시하는 자들이 뛰어든 난립상은 오락실용 게임기 허가를 아타리(Atari)가, 콘솔게임기 버전 허가를 닌텐도(Nintendo)가 갖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1996년, 그 즈음 미국으로 이주한 파지트노프는 ‘더테트리스컴퍼니(The Tetris Company)’를 등록하고 ‘테트리스’라는 명칭에 대한 저작권을 자기 앞으로 다시 설정했다. 그 후에는 민영화된 ‘엘로르그’와 추후 청구를 포기한다는 약정을 맺었다. 파지트노프가 1980년대에 개인적으로는 사실 게임의 인기로 돈을 거의 벌지 못했다면, 현재는 테트리스 새 버전의 저작권료가 (예를 들어 ‘유비소프트(Ubisoft)’사로부터) 바로 그에게 돌아간다. 16세 때 파지트노프가 테트리스를 개인컴퓨터 ‘엘렉트로니카-60’에서 IBM PC로 옮기는 것을 도왔던 프로그래머 바딤 게라시모프는 이에 찬성하지 않는다.

게임보이의 주력게임

테트리스는 거의 모든 종류의 컴퓨터, 휴대용 콘솔 및 가정용 콘솔을 위한 버전이 있다. 유통된 사본의 수를 헤아리는 건 가망이 없는 일이다. 이중 상당수를 사용자들은 공짜로 입수했기 때문이다. 테트리스는  또한 역사상 최초의 휴대전화용 게임이 됐다. 1990년대 말 러시아에는 중국산 휴대용 기기 ‘브릭게임(Brick Game)’이 퍼져 있었는데, 이 게임기의 주력 게임도 테트리스였다. 그러나 테트리스가 대규모 게임산업에 가장 크게 기여한 바는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게임보이’에 등장한 것이다. 테트리스는 닌텐도라는 일본 회사가 경쟁사들을 제치고 수십억 콘솔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도록 도왔다. 게임보이의 최신형 후속버전인 ‘닌텐도 3DS’에서도 테트리스를 즐길 수 있는데, 이제는 8인 동시접속을 지원하고 증강현실 기술도 사용된다.    

러시아 고전

이미 1980년대 말 일본의 닌텐도와 미국의 ‘스펙트럼홀로바이트(Spectrum Holobyte)’ 등의 외국 회사들은 의도적으로 테트리스에 소련의 색채를 부가했다. 그래서 테트리스의 배경에 세계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 1987년 함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 날아와 붉은 광장에 착륙한 독일 비행사 마티아스 루스트, 그리고 서양에서 다름 아닌 테트리스의 주 배경음악으로 유명해진 러시아 민요 ‘행상인들(Коробейники)’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현재 테트리스는 변함없이 러시아를 연상시키고 있으며, ‘팩맨’이나 ‘스페이스인베이더’와 나란히 고전 비디오게임의 최고 명작에 올라 있고 예술 작품에서 활발하게 인용되고 있다. 2012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은 테트리스 및 13개 게임을 영구소장품으로 구매했고 몇 달 후에는 전시품에 포함시켰다.    

게임 끝?

테트리스가 알렉세이 파지트노프의 첫 작품은 아니었다. 파지트노프는 이 히트작이 나오기 전까지 몇 가지 퍼즐게임을 만들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별로 재미가 없었기 때문에 소실 됐다고 고백했다. 테트리스 이후 그는 10여 개 게임을 출시했는데, 요즘 게이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단 하나의 예외는 퍼즐게임 ‘헥사(Hexic)’로 2003년 출시돼 새로운 플랫폼 용으로 정기적으로 재출시되고 있다. 이 게임에서는 정사각형 줄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색깔이 같은 육각형 클러스터를 모아야 한다. 사람들을 파지트노프를 한 게임만 히트시킨 개발자라고 부르길 좋아하지만, 그 자신은 테트리스가 새 장르의 조상이 됐다고 여러 번 언급했다. 이런 의미에서 ‘비쥬얼드(Bejeweled)’부터 ‘캔디 크러쉬 사가(Candy Crush Saga)’까지 모든 최신 기하학 퍼즐게임은 그 성공의 일부를 ‘태곳적’ 소련 게임에 빚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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