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엔 설탕 씹으며 초르니 차이 한 모금씩 … 최근엔 허브차 즐겨

예전에 러시아인들은 입안에 작은 설탕 조각을 물고 전통차(초르니 차이)를 홀짝이며 천천히 단맛을 음미했다. 어려운 시절 구하기 힘들었던 설탕을 아끼려는 절약정신에서 나온 습관이었다. 지금도 설탕을 차에 넣어 마시면 맛이 형편없어진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이렇게 마신다.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예전에 러시아인들은 입안에 작은 설탕 조각을 물고 전통차(초르니 차이)를 홀짝이며 천천히 단맛을 음미했다. 어려운 시절 구하기 힘들었던 설탕을 아끼려는 절약정신에서 나온 습관이었다. 지금도 설탕을 차에 넣어 마시면 맛이 형편없어진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이렇게 마신다.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시베리아의 다도(茶道)

영토가 광활한 시베리아는 전 세계의 다양한 차 문화를 흡수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 있고 독창적인 전통을 발전시켰다. 시베리아 사람들은 어떻게 차를 마실까? '설탕을 갉아 먹으며 마시는 차'란 무엇이며, 투바와 하카시야의 유목민들은 어떤 차를 마실까? 현대 도시인들은 보온병에 어떤 차를 끓여가지고 다닐까? 여기 흥미로운 답들이 있다.

유리 주전자 바닥에 보라색의 작은 백리향 꽃을 조금 털어 넣고, 말린 레몬밤 잎과 커런트 잎을 넣고, 마지막에 고산식물 사간달리의 작은 잎을 두 장 더 넣는다. 그리고 조금씩 끓는 물에 꽃과 잎이 우러나오면서 물이 기분 좋은 허브색으로 변하는 것을 지켜본다. 5분 뒤 주방은 타이가와 산, 그리고 여물어가는 열매의 엷지만 뚜렷한 향, 즉 시베리아의 향으로 가득 찬다.

◆'설탕을 갉으며' 마시는 차=고대 러시아에서는 설탕을 물고 마시거나 설탕을 넣어서 마시는 두 가지 방식으로 러시아 전통차를 마셨다. '설탕 갉아먹기'(또는 '설탕 거치기') 다도의 특징은 다음과 같았다. 돌덩이 처럼 굳힌 커다란 설탕 덩어리에서 한 조각들을 떼어낸 후 앞니로 물고 뜨거운 찻물이 이를 지나가게 하며 마신다. 그러면 차는 달착지근한 맛이 난다. 시베리아 요리 연구가 이고리 셰인의 지적에 따르면, 오늘날의 일반적인 정제된 설탕 조각으로는 이렇게 마실 수 없다고 한다. 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시베리아에서도 옛날에 설탕을 물고 차를 마셨지만, 바로 '갉아먹기'라는 표현에서 순전히 시베리아만의 흥미로운 변화가 나왔다. '설탕 씹기' 다도인데, 여기에는 차 마시기의 새로운 의미가 숨어 있다. 1895년에 출판된 '시베리아의 삶의 기억들 '이라는 책을 보자. '여주인은 설탕을 씹으며 차를 마시겠느냐고 물었다. 설탕을 넣어서, 즉 설탕과 함께 마시겠다고 대답했다.' 설탕을 씹으며 차를 마신다는 것은 차에 곁들여 달콤한 파이나 집에서 만든 케이크 같은 것을 먹는다는 의미로 밝혀졌다. 시베리아에서 이는 타르트빵, 설탕 절임 또는 '에스비트'(시베리아에서 '비스킷'을 이르던 말) 등을 곁들여 차를 마신다는 뜻이었다.

시베리아에서 차는 농민에게도, 귀족과 상인에게도 언제나 매우 중요한 음료였다. 20세기 초 톰스크현 지사가 괜히 차가 포함돼 있던 생필품 품목에 대해 세금을 걷도록 한 게 아니다. 현재 시베리아에서 설탕을 '갉으며' 차를 마시는 것은 거의 중장년 층이다. 그러나 '차에 곁들이는' 빵과 과자는 다도의 필수요소로 남아 있다. 시베리아 주민의 집에 가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시베리아 주민들은 차에 온갖 허브를 곁들여 마신다. 시베리아 유목민 중에는 우유와 소금을 넣은 차를 즐기는 이들도 있다. (사진제공=알라미/레기언 메디아)
시베리아 주민들은 차에 온갖 허브를 곁들여 마신다. 시베리아 유목민 중에는 우유와 소금을 넣은 차를 즐기는 이들도 있다. (사진제공=알라미/레기언 메디아)

◆우유와 소금을 넣은 차=달게 마시는 차와 반대로 투바족과 하카스족, 알타이족은 우유와 소금을 넣은 차를 마셨다. 이러한 차 문화가 물론 시베리아만의 것은 아니다. 예부터 몽골과 티베트에서도 이런 차를 마셨으므로 '짭짤한' 차를 만들어 마시는 전통도 전 세계에 여럿 있다. 예를 들어 차를 '수투크 샤이'라고 부르는 투바의 다도는 현재 어떻게 구성돼 있을까? 녹전차(벽돌 모양으로 굳혀 만든 차)를 찬물에 넣고 끓인다. 그다음 선조들이 그랬듯이 우유를 첨가하는데, 가장 좋은 것은 낙타유나 양유다. 다음으로 우유 넣은 차를 큰 숟가락으로 떠서 높이 들었다가 쏟으면서 섞어준다. 차를 '뒤젓는' 것처럼 해야 한다. 차가 다시 끓기 시작하면 소금을 넣는데 때로는 동물성 유지나 심지어 양꼬리 비계절임(양기름)을 넣기도 한다. 다 만든 후 소금과 우유를 넣은 차를 공기에 나누어 담는다.

투바족은 갈증을 해소해 주고 힘을 북돋는다고 해서 예부터 이 차를 높이 쳤다. 가축 무리를 따라 광대한 야생지역을 이동했던 유목민들에게 이는 특히 중요했다. 초원이나 산에서 찬 물과 얼음밖에 없는 추위를 맞닥뜨렸을 때 뜨거운 차는 몸을 데워주었고 병을 예방해 줬다. 현재 투바에서 우유와 소금 넣은 차는 도로변 유르타(유목민 천막) 카페나 도시 내의 전통음식을 파는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크라스노야르스크와 옴스크에는 투바 전통차를 맛보고 차 만들기 의식에 참여할 수 있으며 시베리아 유목민들의 차에 관한 전설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차 유르타 ' 같은 장소가 있다.

◆허브차=그러나 시베리아에서 가장 사랑 받는 차는 허브차다. 도시인이 자연으로 나갈 때 아마도 그의 보온병에는 티백으로 끓인 평범한 차가 아닌 허브 혼합물로 우려낸 차가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차를 직장이나 사무실에서 마시면 여름의 숲 한 가운데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시베리아인들이 차에 넣는 허브의 종류는 매우 많다. 필자의 경우 아침에 일반적인 커피 대신 평범한 홍차에다 사간달리의 잎을 조금 넣는다. 사간달리는 사얀 산맥과 티베트, 부랴티야 고산지에서 자라며 원기를 돋우고 힘을 더해 주는 키 낮은 관목이다. 티베트 사람들은 사간달리 잎을 '수명을 늘려주는 풀'이라고 했다. 그리고 반대로 안정을 취하고, 긴장을 풀고, 잠이 잘 오게 하려면 시베리아에서는 백리향과 레몬밤, 커런트, 레가노 잎으로 차를 만든다. 시베리아에서 허브차는 식탁에 꿀, 월귤, 체리파이, 잣 등을 내 '설탕을 씹는 방식' 베리아 허브차의 인기는 지역 가정의 경계를 넘어 계속 러시아 전역으로 퍼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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