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러시아어… ‘코레얀카’와 ‘코레이카’ 혼동하면 “앙돼요”

(일러스트=니야즈 카리모프)

(일러스트=니야즈 카리모프)

러시아어로 ‘앙글리찬카(англичанка)’는 영국 여성을, ‘프란추젠카(француженка)’는 프랑스 여성을 가리킨다. 그런데 여러 다른 나라의 여성을 가리키는 러시아어 단어들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때로는 설명이 가능한, 때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의미를 말이다.

일본 여성을 뜻하는 '야폰카(японка)'는 현대 러시아어 구어체에서 일본 자동차를, 독일 여성을 뜻하는 '넴카(немка)'는 독일 자동차를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미국 여성을 뜻하는 '아메리칸카(американка)'의 경우 '포드(Ford)' 같은 미국 자동차가 아니라, 특수한 규칙을 따르는 러시아식 당구의 한 종류를 가리킨다. 네덜란드 여성을 가리키는 '골란트카(голландка)'는 옛날에는 특별한 네덜란드제 타일을 붙인 실내 난로를 일컫는 말이었다. 난로에 불을 때는 것이 이미 그다지 흔치 않게 된 요즘 이는 낡은 표현이 됐다. '스페인 여성'이라는 뜻의 '이스판카(испанка)'라는 단어의 두 번째 의미로 역사 속에 남게 됐다. 약 100년 전, 1918~1919년 전염병이 돌던 시기에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병('스페인 독감')을 당시에는 그렇게 불렀다.

핀란드 여성을 가리키는 '핀카(финка)'는 범죄율이 높았던 전후 시기에 (1940~1950년대) 유행했던 단어다. 범죄자들이 즐겨 사용했던 짧고 두꺼운 날이 달린 칼('핀란드 칼')을 바로 여성형으로 지칭했던 것이다. 또 다른 발트해 연안국 리투아니아의 여성을 가리키는 '리톱카(литовка)'는 긴 손잡이가 달린 큰 낫을 이르는 말이다. 좀더 복잡한 한 공구는 불가리아 여성을 뜻하는 '볼가르카(болгарка)'라는 명칭을 얻었다. 이는 금속 및 돌 따위의 단단한 물질을 자르고 표면을 매끄럽게 갈아내는 데 쓰는 절삭기계(앵글 그라인더, angle grinder)를 가리킨다.

'스코틀랜드 여성'이라는 뜻의 '쇼틀란트카(шотландка)'는 오랜 세월 유행을 타지 않고 사랑 받아온 알록달록한 색상의 큼직한 체크무늬(스코틀랜드 고유의 전통 무늬) 직물을 말한다. 헝가리 여성을 뜻하는 '벵게르카(венгерка)'라는 단어의 의미 중 하나도 의복과 관련돼 있다. 가슴 부분에 가로로 매듭을 덧대어 박은 짧은 '헝가리' 재킷을 그렇게 부른다. 그러나 '벵게르카'는 주로 건자두(челослив)의 재료로 쓰이는 서양 자두의 한 종류를 가리키는 말로 더 많이 쓰인다. 또 다른 두 국적은 가벼운 신발과 연관돼 있다. 체조선수들의 훈련을 위한 스포츠화는 '체시키(чешки - 체코 여성 '체시카(чешка)'의 복수형)', 엄지 발가락과 검지 발가락 사이에 끈이 달린 비치샌들은 '비에트남키(вьетнамки - 베트남 여성 '비에트남카(вьетнамка)'의 복수형)'이라 한다.

폴란드 여성을 가리키는 '폴카(полька)'는 예전에 인기를 끌었던 민속 커플 댄스이자 무도회 춤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춤의 발생지는 폴란드가 아니라 체코라는 점이다(19세기 초에 등장). 악기 중 러시아식 아코디언의 한 종류는 19세기 말부터 '탈리얀카(тальянка)'(이탈리아 여성을 뜻하는 '이탈리얀카(итальянка)'의 축약형)라 했다. 그러나 이 음악용어도 고어가 되어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몰다반카'와 '쿠빈카'라는 두 지명도 이와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있다. 이때 오데사(Одесса)의 행정구역 중 하나인 '몰다반카(молдаванка - 몰도바 여성)'은 당연히 이 도시가 몰도바와 가깝다는 사실과 연관돼 있는 반면, 모스크바 근교의 '쿠빈카(кубинка - 쿠바 여성)'는 쿠바와 뚜렷한 연관이 없다. 그럼에도 기차로 유럽에서 모스크바까지 가는 경우, 차장 밖으로 꼭 이 '쿠바 여성'을 만나게 된다.

또 다른 몇몇 단어는 엄밀히 말해서 국적의 명칭은 아니지만, 의미적 접미사 하나('-н')가 없다는 점만 빼고는 그러한 명칭들과 매우 유사하다. 터키 여성은 러시아어로 '투르찬카(турчанка)', 그리스 여성은 '그레찬카(гречанка)'라 한다. 동시에 '투르카(турка)'는 커피를 끓이는 데 쓰는 (위쪽으로 지름이 작아지는) 특수한 용기 '체즈베(cezve)'를 가리킨다. 이 경우 터키를 가리키는 '투르치야(Турция)'와의 관계가 명백하다. 한편 곡물죽 카샤를 끓이는 데 쓰이는 '그레치카(гречка)'는 껍질을 벗긴 메밀(гречневая крупа)을 가리키는 구어표현이다. 메밀('그레치하(гречиха)')이 그리스에서 러시아로 들어왔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마지막으로 인도 여성을 가리키는 '인디안카(индианка)'와 한국 여성을 가리키는 '코레얀카(кореянка)'는 '인데이카(индейка)'와 '코레이카(корейка)'와 헛갈리기 쉬우므로 주의를 요한다. '인데이카'란 칠면조 암컷, '코레이카'는 소·돼지의 뼈가 붙은 등심 부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일반 명사로 '외국 여성'이라는 뜻의 '이노스트란카(иностранка)'라는 단어는 문학과 관련하여 몇 가지 추가적인 의미가 있다. 원래 이 단어는 1924년 모스크바에서 개관한 '외국문학 도서관(Библиотека иностранной литературы)'을 구어(口語)에서 줄여서 부른 표현이었다. 1955년 '외국문학(Иностранная литература)'이라는 잡지가 발간되기 시작했고, 이 잡지 역시 줄여서 '이노스트란카'라고 부르게 됐다. 그러다 2000년에 이 잡지를 만드는 이들이 바로 '이노스트란카'라는 이름의 출판사를 세웠다. 구어적 명칭에 공식 브랜드의 지위를 부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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