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고 화가들의 눈에 비친 로마노프 왕조

전시회는 역사적인 요소뿐 아니라 예술적인 요소도 담고 있다. (사진제공=Press Photo)

전시회는 역사적인 요소뿐 아니라 예술적인 요소도 담고 있다. (사진제공=Press Photo)

지난 3일 모스크바 국립역사박물관에서 군 관악대의 연주와 함께 ‘로마노프 왕조의 초상화(Романовы. Портрет династии)’ 전시회가 막을 열었다. 전시회는 러시아를 통치한 로마노프 왕조 창건 400주년 기념으로 열렸다.

전시회 큐레이터 예브게니 루키야노프는 표트르 대제, 예카테리나 여제, 니콜라이 2세처럼 유명한 통치자 외에도 왕가에 흥미로운 인물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전시회의 주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중에는 돌과 유리에 가족의 초상화를 손수 새긴 파벨 1세의 황후 마리야 표도로브나처럼 재능이 뛰어난 예술가들도 있다(이들의 작품은 개별관에 전시되었다). 또 배우이자 시인, 번역가였던 콘스탄틴 콘스탄티노비치 대공이 1899년 황제의 윤허 하에 에르미타시 극장에서 햄릿을 연기했을 때 찍은 흑백에 색을 입힌 사진도 볼 수 있다.

이 중에는 안나 파블로브나 여대공처럼 범상치 않은 삶을 산 인물도 있다. 서유럽 화가가 그린 판화 속에서 그녀는 남편인 네덜란드의 오랑예 공(네덜란드 황태자로 이후 네덜란드 국왕 빌렘 2세로 즉위)의 손을 잡고 걷고 있다. 이후 왕비가 된 안나 표도로브나는 네덜란드의 한 도시에 그녀의 이름이 붙여질 정도로 네덜란드인들의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사랑을 받고 있다.

전시회는 역사적인 요소뿐 아니라 예술적인 요소도 담고 있다. 전시회는 연대별로 구성되어 차리(царь) 미하일 표도로비치와 알렉세이 미하일로비치의 모습을 담은 1670~80년대 초기 초상화에서부터 혁명 발발 즈음 촬영된 인물 사진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초상화 장르의 역사를 보여준다. 일류 작가의 작품도 전시되어 있는데, 일리야 레핀이 그린 니콜라이 2세의 초상화와 마르크 안토콜스키가 조각한 알렉산드라 표도로브나의 대리석 흉상이 그것이다. 후에 알렉산드르 3세가 된 황태자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비치의 모습이 담김 이반 크람스코이의 동판화도 볼 수 있다. 이것은 크람스코이가 자신이 캔버스에 그린 그림을 토대로 작업한 것이다. 크람스코이는 자신의 판화작품을 '신용증서'(1840년대 도입되어 화폐로 사용된 증서)라 부르기도 했는데, 군주들의 얼굴이 그려진 판화는 언제나 엄청난 규모로 제작되어 팔려나갔기 때문에 화가들의 짭잘한 수입원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궁정화가 미하일 지치의 수채화에는 혁명가 드미트리 카라코조프의 알렉산드르 2세 암살 기도 사건이 있었던 바로 다음 날 1866년 4월 5일 겨울 궁전에서 열린 접견식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때부터 러시아에 테러리즘의 시대가 시작되는데, 그림 속 황제는 기적적으로 구조된 데 대한 축하를 받고 있다.

다음 전시관에는 자그마한 흑백 사진 하나가 전시되어 있다. 앞서 언급된 알렉산드르 2세가 무릎에 어린 아들을 앉히고 찍은 사진이다. 황제의 발치에는 애견 밀로르드가 기대 있다. 밀로르드는 황제가 1867년 만국박람회 참석차 파리로 떠나자 주인과의 결별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 버릴 정도로 주인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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