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시킨을 현대적으로 이해할 시인 번역가 필요”

위대한 러시아 시인 푸시킨의 직계 5대손인 언어학자 안나 보론초프-벨야미노프. (사진제공=개인소장자료)

위대한 러시아 시인 푸시킨의 직계 5대손인 언어학자 안나 보론초프-벨야미노프. (사진제공=개인소장자료)

언어학자 안나 보론초프-벨야미노프는 위대한 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현손녀(玄孫女)다. 푸시킨 탄생 214주년을 맞아 Russia포커스와 인터뷰를 가진 그녀는 푸시킨 작품들을 러시아어 원어로 읽어 보길 권하면서 기억의 보물상자를 열어 보였다.

위대한 러시아 시인이지 세계적으로 공인된 문학 천재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후손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또 푸시킨의 유산을 이어가는 일은 어렵지 않을까? Russia포커스가 푸시킨 탄생 214주년을 맞아 시인의 5대 직계손인 저명한 언어학자 안나 보론초프-벨야미노프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파리에서 태어난 그녀는 소르본느에서 러시아어문학을 전공했으며 현재는 이탈리아에서 살며 국제회의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다. 

- 보론초프-벨야미노프 교수님, 알렉산드르 푸시킨처럼 중요한 선조의 문화유산을 이어가는 일이 어렵진 않나요?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에요. 내가 항상 놀라는 점은 단테나 레오파르티, 셰익스피어의 후손들은 이탈리아나 영국에서 우리처럼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에요. 그런데 러시아 사람들의 푸시킨 사랑은 그의 후손들과 가문 전체로까지 확대되고 있어 정말 대단하죠. 저는 러시아 사람들이 푸시킨에 쏟는 이런 애정이 아름답고 감동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푸시킨이야말로 러시아 문화와 정신을 가장 탁월하게 묘사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 푸시킨은 러시아 외에 어느 나라에서 사랑을 받고 있고 또 잘 알려져 있나요?

푸시킨은 이탈리아에 꽤 잘 알려져 있고, 프랑스와 앵글로색슨 국가들에서도 유명합니다. 물론, 푸시킨의 시는 외국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푸시킨을 제대로 이해하고 진정으로 사랑하려면 러시아어를 알아야 하는데, 푸시킨의 작품을 보급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죠. 하지만 러시아어를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푸시킨의 인기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믿고 있어요.

- 위대한 시인에 관한 비밀이나 미발표 이야기들을 가문에서 보존하고 있진 않나요?

푸시킨에 관해서는 새롭거나 알려지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수많은 푸시킨 학자가 연구할 만한 것은 모두 다 연구했고 파일과 문서들도 샅샅이 파헤쳤기 때문에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 푸시킨의 물건 가운데 가문에서 보관하고 있는 것은 없나요?

없습니다. 푸시킨 후손들이 모든 유품을 박물관에, 그중에서도 특히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러시아문학 연구소(‘푸시킨 하우스’)에 기증했습니다. 제 선친께서는 푸시킨의 아내였던 나탈리야 곤차로바의 인장을 소장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이카 거리 12번지에 있는 푸시킨 하우스 박물관에 기증했습니다. 이곳은 푸시킨이 마지막으로 살았던 곳이랍니다.

- 푸시킨과 인연 있는 장소들을 방문해본 적 있나요?

물론이죠. 푸시킨 박물관 몇 곳을 방문한 적 있는데, 러시아에는 푸시킨 박물관이 많습니다. 차르스코예 셀로는 소년 푸시킨이 학창시절을 보냈던 곳이죠. 하지만 미하일롭스코예 영지를 방문하는 기쁨과 특전을 누린 것이 가장 인상에 남습니다. 황제의 눈 밖에 났던 푸시킨이 유형생활을 보낸 곳이자 자신의 가장 유명한 작품의 초고 몇 개를 착수한 곳이거든요.

- 이탈리아, 더 나아가 전 세계에서 푸시킨의 이름과 작품들을 보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훌륭한 번역가들을 발굴해야 합니다. 푸시킨의 시를 온전하게 살려내기 위해서는 그의 작품들을 새롭게 번역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시인’ 번역가들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어요.

- 푸시킨 탄생일을 맞아 Russia포커스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푸시킨의 작품을 읽어보세요. 러시아 문학도 읽고 가능하다면 아름다운 러시아어를 배워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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