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권력의 ‘카드로 만든 집’… 예술가 라댜의 시선

아트페어 Cutlog NY에 참가한 티모페이 라댜는 경찰 진압용 플라스틱 방패 40개를 쌓아 올린 작품 ‘Figure #1: stability’를 선보였다. (사진제공=www.t-radya.com)

아트페어 Cutlog NY에 참가한 티모페이 라댜는 경찰 진압용 플라스틱 방패 40개를 쌓아 올린 작품 ‘Figure #1: stability’를 선보였다. (사진제공=www.t-radya.com)

아트페어 Cutlog NY에 참가한 티모페이 라댜는 경찰 진압용 플라스틱 방패 40개를 쌓아 올린 작품 ‘Figure #1: stability’를 선보였다. 이 작품은 그가 고향 예카테린부르크에 설치했던 원작의 축소판이다.

이번 아트페어에서 선보인 작품의 원작은 방패 55개를 쌓고 그 꼭대기에 옥좌를 얹어놓은 '카드로 만든 집'으로, 라댜와 그의 팀이 작년 12월 예카테린부르크 근교에 설치했었다. 얼마 안 가 무너져버린 카드 피라미드는 모스크바 볼로트나야 광장에서 열린 반정부 집회에 헌정하는 작품이었다. 랴다는 힘에 의존한 현대 권력이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지만 카드로 만든 집처럼 언제든 무너져내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작품에 담았다고 밝혔다.

티모페이 라댜는 러시아 우랄 지방의 예카테린부르크 시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철학과를 졸업한 후 거리설치미술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철학을 공부하다 보면, 아주 단순하기는 해도 바로 인식하기는 어려운 것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난해하지는 않지만, 알맞은 표현 수단을 찾아줄 가치가 있는 중요한 아이디어들 말이죠. 저는 그런 아이디어들이 거리에서는 아주 신선하게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래서 제가 거리예술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생동감 넘치는 작품 창작 과정이 참 좋습니다. 많은 노력과 열정이 필요한 과정이고 위험할 때도 있지요. 이 과정을 통해 저는 다시 채워지고 고민하게 됩니다. 예를들면 사람의 속성에 대해, 사람이 흥미를 보이는 것들에 대해서 말입니다. 어떤 사람은 ‘캅카스’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또 어떤 사람은 ‘나는 러시아인이다’란 문구의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그 이면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 걸까요···” 라댜는 Look at me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라댜는 예카테린부르크의 다층건물에 설치한 ‘공격하라—방어하라’라는 작품을 계기로 러시아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벽에 낙서하는 행위는 고대부터 있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표현 수단입니다. 저는 시간을 초월해 모든 벽 낙서를 관통하는 어떤 정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댜가 말을 이었다. 그가 화염을 방사해서 제작한 병사들의 초상화는 전 세계 거리예술가들이 인정하는 작품이다. “러시아에서 5월 9일 전승기념일(2차 대전에서 나치 독일에 대한 승리를 기념하는 날)은 아주 중요한 국경일입니다. 많은 이에게는 한 해 중 가장 중요한 날이기도 하죠. 전쟁이 끝났다고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믿어요. 죽은 사람의 숫자를 아무리 다시 세어도 그들이 다시 돌아오지는 않으니까요...”

예카테린부르크 도심 한복판에는 전쟁 당시 부상자들을 수용했던 병원이 버려져 있다. 라댜는 이 건물 벽에 병사들의 초상을 그리기로 했다. 거즈 붕대로 만든 프레임에 병사들의 사진을 전사한 후 다양한 두께로 붕대를 덧붙여 얼굴 윤곽을 살리는 방법으로 그림의 음양을 살렸다. 그런 다음에 붕대에 불을 붙였다. 건물에는 피해가 없었다. 불이 꺼진 다음엔 남은 붕대를 떼어내기만 하면 됐다. 이 프로젝트는 러시아인들에게 길고도 길었던 하루, 나치독일이 소련을 침공했던 6월 22일에 실행에 옮겨졌다. “작품 설치가 끝나갈 무렵 건물 책임자가 찾아왔어요. 우리가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하자 책임자는 경찰을 부르지 않기로 했지요.” 라댜가 말했다.

 

티모페이 라댜는 국가가 정한 러시아 현대예술 분야의 최고상인 ‘혁신상’(러시아 국립현대예술센터 제정) 2013년 후보에 올랐다. 2011년에는 파격적인 아트그룹 ‘보이나’가 이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저는 거리에 뭔가를 써놓고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는 것 같은 단순한 일들에 흥미를 느낍니다.” 그가 말을 이었다. “현대예술이나 닫힌 공간에서 이뤄지는 예술은 관람객이 제한돼 있어요. 거리예술은 그만큼 심오하지도 난해하지도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거리예술은 문화가 아예 없는 곳에서 작동합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거리예술은 다른 예술 형식들보다 훨씬 중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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