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은 정교회력에서 가장 중요한 축일이다. (사진제공=AFP/East news)
부활절 기념 행사는 십자가 행진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성야 미사로 시작된다. 십자가 행진 중에 성직자들은 성상화를 모시고 기도문을 외우며 성당 건물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데 그 뒤를 신자들이 따른다. 성야 미사를 마치는 것으로 사순대재의 끝을 고하게 되며 신자들은 이제 금식에서 풀려나게 된다.
러시아 정교신자들은 부활절에 물감으로 색을 입힌 부활절 달걀, 부활절 빵 ‘쿨리치’, 러시아식 코티지 치즈와 건포도로 만든 부활절 케이크 ‘파스하’를 준비한다. 이 음식들은 교회 미사에서 축성을 받는다. 그리고 축성을 받은 달걀 한 알을 이듬해 부활절까지 보관하는데 축성받은 달걀은 1년 내내 부패하지 않는다고 여겨진다. 종교를 인민의 아편으로 금지시켰던 구소련 시절에도 사실상 모든 가정에서 부활절 달걀을 장식했다. 이러한 의식에 특별히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지만 그 당시에 부활절은 모든 이들이 기념하는 축일이었다.
부활절 기념 행사. 사진제공=이타르타스
이제는 은퇴해 연금생활을 하고 있는 나탈리아 씨는 과거의 부활절을 이렇게 추억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활절 놀이가 있었어요. 그 놀이를 하려고 부활절을 기다리곤 했지요. 두 사람이 각자 달걀을 하나씩 들고서 서로 부딪힙니다. 그럼 달걀이 성한 사람이 깨진 달걀을 가져가지요. 마을을 집집마다 돌다보면 꽤 많은 달걀을 모을 수 있었어요. 이렇게 모은 ‘전리품’을 승자 혼자 먹지는 않았어요. 마음껏 먹고 나서는 달라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곤 했지요. 저희 집은 무신론자 집안이라고 했어요. 어머니는 학교 교사, 아버지는 참전용사이자 전기공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전 명절 마다 몰래 할머니와 함께 교회에 갔지요. 교회에서는 사탕을 나눠줬어요.”
구소련 시절에는 종교 축일이 공식 금지됐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신 부활절에 친지의 묘소를 방문하여 성묘를 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새로운 전통이 됐다. 사실 정교회 정전을 보면, 부활절로부터 8일이 지난 후에 망자들을 위한 ‘라도니차(정교회식 제사)’를 지내야 한다. 그러나 부활절에 교회에 갈 수 없었던 사람들은 부활절을 일반 휴일들과 어떻게든 구별하고 싶은 마음에서 성묘를 다니기 시작했다.
부활절은 정교회력에서 가장 중요한 축일이다. (사진제공=로리/레기언메디아)
정교회 신부 알렉산드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부활절에 친지의 묘지를 찾아 그곳에 부활절 달걀과 쿨리치를 놔두는 것은 정교회 전통이 아닙니다. 소련 시절에 부활한 이교도적 전통이지요. 참된 신앙이 탄압받게 되면 언제나 복잡한 미신의 형태로 다시 나타나게 되는 겁니다. 부활절에는 반드시 성당에 오셔야 합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모두 정교신자라고 뭉뚱그려 말할 수 있겠는데 정작 교회에 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교회에 다니는 습관을 들이지 못했지요. 그러나 요즘에는 예전 같으면 절대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이 교회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주님의 기적이 아닐런지요?”
부활전 전야에 교회를 다녀온 사람들은 사순대제를 마감하며 일 년 중 가장 성스러운 날의 도래를 기념하기 위해 푸짐한 식사를 준비한다.
하지만 사순대재의 금식, 특히 교리에 따른 엄격한 금식을 한 경우라면 인체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 음식을 가려서 서서히 섭취량을 늘려야 한다. 의사들은 금식 후 갑자기 기름기 많은 육류나 육류와 빵을 함께 먹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부활절 명절은 ‘예수 부활 대축일’을 시작으로 1주일 동안 계속된다. 일주일 내내 성당에서 부활 축하 미사를 집전한다. 부활절 기간에 장례를 치르더라도 장례식은 부활절 교리에 따라 예수 부활의 기적을 찬미하는 기도로 가득 찬다. 이밖에도 부활주간에는 성당의 주임신부의 허락을 받아 누구든 종탑에 올라가 종을 울릴 수 있다.
컴퓨터프로그래머인 세르게이의 말을 들어 보자. “제 아이들은 종 치는 것때문에 부활절이 오기를 학수고대합니다. 어린 아이들이 있는 친구들과 가족끼리 모여서 함께 성당에 가지요. 신부님 중 한 분에게 다가가 ‘예수님께 영광을 돌리기위해 종을 울리도록 허락해주십시오’라고 부탁합니다. 종을 칠 때면 정말 잊지 못할 감동을 느낄 수 있어요. 아이들도 정말 좋아하고요. 아이들을 잘 살피는 것도 참 중요한데 종탑이 정말 높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