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쇼이 극장, 봄맞이 축제로 ‘봄의 제전’ 열어

“당김”. (사진제공=일리야 스콜리니크)

“당김”. (사진제공=일리야 스콜리니크)

모리스 베자르 발레단과 피나 바우쉬 무용단 등 세계 각국 유명 무용단이 이고리 스트라빈스키의 전설적인 발레 음악 ‘봄의 제전’을 볼쇼이 극장 무대에 올린다.

러시아 예술의 전당 볼쇼이 극장에서 봄을 맞아 ‘봄의 제전 100주년, 모더니즘 100주년’ 축제가 열렸다. 축제는 3월 29일에 시작하여 4월 21일까지 이어진다. 모스크바 시민과 방문객은 모더니즘 시대 러시아 천재 작곡가 이고리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으로 세계 최고의 ‘봄의 제전’ 발레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발레는 젊은 처녀가 사제들에 둘러싸인 가운데 봄을 깨우기 위해 녹초가 되어 쓰러져 죽을 때까지 춤을 추는 고대 러시아의 이교적 삶을 묘사한다.

4월 초에는 프랑스의 유명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의 발레단이 공연을 선보였고 피나 바우쉬 무용단이 그 뒤를 이었다. 4월 18일부터 21일까지는 핀란드 발레단이 공연할 예정이다.

51년 전 모리스 베자르의 공연은 혁명과도 같았다. 현재 모리스 베자르 발레단 예술감독은 질 로만이 맡고 있다. 물론, 이번 모스크바 공연에서는 무용수들이 베자르 감독 당시처럼 알몸으로 춤을 추지는 않았다. 하지만 발레의 열기는 안무 언어를 통해 훨씬 더 강렬하게 전달된다. 가장 단순한 발레 스텝과 평범한 동작들을 결합하고 있는 몸짓은 하나하나가 시적 표현처럼 빛난다. 여주인공이 하이라이트를 받으며 손바닥을 펼친 팔을 쭉 뻗어 자신에게 달려들려는 남자 무리를 멈춰 세우는 장면은 연출가의 탁월한 전문성을 보여주기도 하는 예술적 원시주의에 다름 아니다. 모스크바 관객들은 공연에 큰 감명을 받고 공연장이 떠나갈 듯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1975년 피나 바우쉬의 베를린과 파리 공연은 충격 그 자체였다. 20세기 아방가르드 무용의 퍼스트 레이디가 창안한 발레는 이제 고전으로 남아 있다. 피나 바우쉬는 기자들을 좋아하지 않아 인터뷰에도 마지못해 응했다. 총연습 때도 관계자 외는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이러한 비밀주의는 지금도 지키고 있다. 그래서 볼쇼이 극장 무대 뒤편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공연 중에도 극장에 카메라는 한 대도 설치되지 않았다.

바우쉬 무용단에 ‘봄의 제전’은 현재까지도 성역으로 남아 있다. 바우쉬 무용단의 공연에서는 무용수들이 흙 위에서 춤을 춘다. 공연 때마다 컨테이너 여덟 대 분량의 흙을 볼쇼이 극장으로 들여온다. 피나 바우쉬 무용단의 무대감독 에드 코틀랜트는 "이 발레가 창안됐을 때 지저분한 모습으로 춤을 추기 위해서는 무대에 흙을 깔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흙을 깔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왠지 확신이 들지 않았습니다. 흙 때문에 기침하거나 미끄러져 넘어질까 봐 모두 걱정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결국 흙을 깔아보기로 했습니다. 결과는 더할 나위 없었습니다.”

피나 바우쉬 무용단이 선보인 ‘봄의 제전’은 상당히 혼란스러운 느낌을 남겼다.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보냈지만 마음속 깊이 뭐라 딱히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끼며 극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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