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교훈을 배우지 못한 자

Jean Jullien
2015년 11월 13일의 금요일은 프랑스판 '9.11'이 될 것이라고 이슬람 급진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발표했다.

'테러리즘 인터내셔널'이 거대도시의 거리, 경기장, 콘서트홀처럼 사람들이 밀집한 장소에서 동시다발적인 테러를 저지를 수 있음을 증명했다. 비록 프랑스에서는 무기 자유 소지가 금지되어 있지만, 이번 파리 테러의 주범들은 테러범들의 '흔한' 무기인 폭탄은 물론이고 '칼라니시코프' 소총(AK소총)까지 동원했다.

얼마전까지 이집트 샤름엘세이크 공항에서 러시아 여객기에 폭탄이 실리는 것을 막지 못한 이집트 정보기관들을 향해 부주의였건, 조직 내부의 배신이건 여타의 이유를 들어 손가락질을 하던 이들은 이제 최첨단 장비와 숙련된 정보기관을 갖춘 민주화된 문명국가조차 이번과 같은 대규모 공격에는 속수무책임을 깨달았을 것이다. 이러한 일의 재발을 완전히, 100% 차단하려면 사회, 정권, 정치시스템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 계엄령이 생활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100% 안전을 보장해주지는 못 한다. 하지만 테러는 단순히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인류가 치뤄야 하는 대가인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현 국제 경제, 정치 시스템이 개별국가(무엇보다 '민주주의 수입'의 희생양이 된 국가들)는 물론이고 전지구적 차원에서 결코 테러리즘을 박멸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치르는 대가이기도 하다. 

전세계가 프랑스에 애도를 보내고 있는 지금 우리는 테러리즘이라는 국제적 위협에 대항해 단결해야 한다는 이미 진부해진 호소를 다시 상기해야 할 것이다. 2001년 9월 11일 이후로 이 말은 수없이 되풀이되어 왔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알카에다 조직이 섬멸됐고 그 지도자인 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됐다고 하지만, 섬멸됐다던 조직은 마치 용의 이빨처럼 새롭고 더 광기어리고 야만스러운 '세포조직'들로 새끼를 치며 자라난 것이다. 중동을 들쑤셔놓은 자들의 장미빛 계획에 따르면 사담 후세인이나 이제는 바샤르 알아사드 같은 세속적인 폭군 정권이 선거민주주의로 교체될 것으로 믿었던 그 자리에 IS라는 사이비 테러국가가 자라난 것을 우리는 이미 지켜보았다. 게다가 중동의 '유권자들', 중동의 골목 민심은 점점 더 많은 표를 서구문명에 대항한 테러에 던지고 있으며, 서방 국가들에서 수천 명의 지원자들이 IS 대오에 동참해 싸우기 위해 집을 나선 상황이다. 야만스러운 살인자들이 계획한 새로운 세계질서를 위해서 싸우려고 말이다. 불공정한 현대 자본주의와 결국 뿌리를 내리지 못한 진정한 '자유, 평등, 박애'(프랑스 대혁명의 구호) 정신을 거부하고 새로운 '정의'를 세운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이 모든 것이 최근 들어 유럽에서의 대규모 테러로 치닫고 있다는 점은 이미 분명했다. 먼저 러시아 여객기가 추락했고, 이들 두고 "푸틴의 시리아 모험에 대한 보복"이라고 빈정댄 이들도 많았다. 그리고 불과 이틀 전인 1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시아파 거주지에서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해 수십 명이 사망했다. 이것도 IS과 그 연계조직의 짓임은 거의 분명하다. 시아파 '헤즈볼라' 조직이 시리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편에서 싸우고 있는 것에 대한 보복이었을 것이다. 세계 공동체는 전율했지만, 물론 그 반응은 이번 프랑스에서 일어난 테러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문명세계'의 변방인 '베이루트란 곳'에서 일어난 사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파리 테러 하루 전 예멘의 시아파 회교사원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났을 때는 세계 여론은 사실상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서야 우리 모두가 '변방'일뿐이며, 테러와의 전쟁에서 우리 모두는 전방에 위치하고 있음이 다시 한 번 분명해졌다. 덧붙여, 파리 테러범들이 "이건 시리아에 대한 복수다!"라고 외쳤다고 할 지라도(프랑스는 IS 거점을 공격한 반테러동맹에 최근 합류했다) 아직까지 미국과의 합동 공군작전에 참여를 주저하고 있는 영국같은 나라라고 이러한 테러에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

이제 프랑스와 유럽인들은 당연히 우선적으로 국경을 폐쇄하고 온갖 보안조치를 강화할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최근 유럽으로 밀려들어온 중동 난민과 관련한 우려 섞인 경고를 물론 기억할 것이다. 난민 속에 젊고 건장한 미혼 남성이 너무 많은 것이 의심스럽다는 경고 말이다. 유럽으로 흘러든 거의 백만 명에 달하는 난민 중에 2만5천 명 정도가 이슬람 무장단체 소속일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 이러한 위험성에 대해 불과 얼마전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대통령행정실장이 경고하기도 했으며, 푸틴 대통령은 유엔총회 단상에서 벌집처럼 발칵 뒤집혀 수십만 명의 난민을 쏟아내고 있는 중동을 염두에 두고 서방 지도자들에게 "당신들이 무슨 짓을 한 건지 이해하는가?"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9.11이 되풀이됐다. 그리고 자신을 문명세계에 속한다고 믿는 모든 이들은 우리 모두가 지난 15년 동안 잘못된 테러와의 전쟁을 해왔음을 이해해야 하는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상호관계를 구축해야만 한다. 여기에는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도 포함된다. 모든 여타의 이견을 접어두고 말이다. 시리아 문제도 그렇고, 또한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수도 있겠지만 우크라이나 문제도 그렇다. 더군다나 특히 두 번째 사안은 최근 들어 (서방의) 이중잣대적 정책을 부추겨 왔다.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우리 모두가 공통된 기독교-유대교 문명에 속해있다는 사실을 잊었다. 오늘날 이 문명 앞에는 사실상 현대역사상 가장 심각한 도전장이 놓여져 있다. 적어도 지금은 광적인 테러범들이 새로운 살상테러를 해야하는 경우 이른바 문명세계 전체보다 훨씬 더 결집되어 행동한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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